문일공방 문형식 대표 에게 듣는다 '버려진 나무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47년 목공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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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공방 문형식 대표, 친환경 목공 조형물에서 사진·수제 액자 협업까지 새로운 작품세계를 꿈꾸다
- “욕심을 내려놓고, 나무와 사람을 이어주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나무는 오랜 세월을 품고 있다. 곧게 자란 나무도 있고, 비바람을 견디며 굽은 나무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쓸모를 다한 폐목재일 수 있지만, 목공예가의 손을 만나면 새로운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문일공방 문형식 대표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목공 일을 시작해 47년 가까이 나무와 함께 살아왔다. 오랜 시간 현장에서 익힌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가구와 생활소품, 대형 목공 조형물 등을 제작해 온 그는 이제 목공을 생업의 영역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지역사회와 환경, 예술을 연결하는 매개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수락산 자연휴양림 '수락휴'에 설치된 '요정의 집'
“이제는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문형식 대표는 사업의 많은 부분을 아들에게 물려준 뒤 물질적인 욕심을 내려놓고, 자신이 가진 경험과 기술을 지역사회와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오랜 시간 치열하게 살아온 만큼 이제는 경제적인 성과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과거 일부 매체와 단체를 통해 예상하지 못한 금전적 요구나 지나친 상업성을 경험한 뒤, 새로운 만남과 협업을 시작할 때는 상대방의 진정성을 충분히 살펴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번 신뢰가 형성되면 자신의 작업공간과 기술, 경험을 기꺼이 나눈다. 처음부터 관계를 서두르기보다 시간을 두고 서로를 이해하며 오래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살피는 신중함도 문 대표의 성품을 보여준다.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드는 예술’을 실천하다
문형식 대표는 현재 구본준 작가, 지정열 작가와 함께 작은 예술공동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세 사람은 문 대표의 공방을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만나 작품을 구상하고 제작하며 서로의 안부와 생각을 나눈다.
문 대표가 목공 작품의 구조와 제작을 담당하고, 구본준 작가는 단청, 지정열 작가는 채색 등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소유하거나 주도하기보다 각자가 잘하는 일을 더해 더 좋은 작품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공동작업에서 발생한 수익의 10%를 공동기금으로 적립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이 기금은 공동체 운영비와 여행, 작품활동 및 사회공헌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뜻이 맞는 사람이 있다면 공동체의 문을 열어두되, 규모를 무리하게 확대하기보다 서로의 성품과 작업철학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천천히 함께하겠다는 생각이다.
버려진 나무가 지역의 친환경 조형물로
문형식 대표가 최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업 가운데 하나는 버려진 나무와 자투리 목재를 활용한 친환경 목공 조형물 제작이다.
문 대표는 2026년 8월 말 나비정원 연못에 버려진 나무를 활용한 친환경 조형물을 설치했다. 자연 속에 놓인 목공 조형물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방문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에게 버려진 나무는 더 이상 쓸모없는 폐기물이 아니다. 나무가 지닌 고유한 결, 색, 형태와 세월의 흔적을 살펴 새로운 쓰임을 찾아주는 것이 목공예가의 역할이라는 생각이다.
문 대표는 폐목재 재활용과 탄소중립을 주제로 고려대학교 및 서울여자대학교 등과의 협업 가능성도 논의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목공예를 환경교육과 지역문화, 청년·후진 양성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목공 조형물을 따라가는 ‘노원구 작품 지도’
인터뷰를 진행한 한국사진뉴스 나영균 대표는 문형식 대표의 작품이 설치된 장소와 작품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위치정보를 함께 담은 ‘노원구 작품 지도’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노원구 곳곳에 설치된 목공 조형물의 위치와 작품명, 제작 과정, 사용된 나무의 사연 등을 기록한다면 시민들이 작품을 찾아다니며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지역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작품이 설치된 장소를 포토존으로 활용하고 지역의 문화·관광자원과 연결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문형식 대표는 행사장이나 축제 현장에서 전시하거나 포토존으로 임대할 수 있는 대형 목공 조형물을 제작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과 목공, 수제 액자가 만나 하나의 작품으로
이번 인터뷰에서 두 사람이 가장 깊이 공감한 부분은 사진과 목공예의 융합이었다.
나영균 대표는 사진작가의 시선으로 문형식 대표의 목공 조형물을 고화질 사진으로 기록하고, 이를 엽서와 작품사진, 지역문화 기념품 등으로 제작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문 대표 역시 작품을 일정한 수량으로 한정해 희소성과 소장가치를 높이는 예술상품의 가능성에 공감했다.
특히 문 대표는 오래된 빈티지 고재를 활용해 작품의 크기와 분위기에 맞는 수제 액자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기성품 액자에 사진을 끼우는 방식이 아니라 사진의 주제와 색감, 촬영 장소의 이야기까지 고려해 세상에 하나뿐인 액자를 만드는 것이다.
나영균 대표는 자신이 촬영한 사진과 문형식 대표가 제작한 수제 액자를 결합해 두 작가의 철학이 함께 담긴 합작품을 기획하자고 제안했다. 두 사람은 서둘러 상품을 만들기보다 서로의 작품세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사진과 나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방향을 찾으며 천천히 진행해 나가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환경을 기록하고 다음 세대에 전하는 사진
대화는 목공예와 사진의 협업을 넘어 환경문화 활동으로도 이어졌다. 나영균 대표는 사진진흥법 시행과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사진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사진의 변형과 조작, 저작권 침해 등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가들이 사회적 책임감을 바탕으로 자연환경과 지역의 변화를 기록하고 그 기록을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눴다. 노원구를 중심으로 환경사진 관련 단체를 구성해 사진을 통한 환경보호 활동과 교육, 전시 및 기록사업을 추진하는 구상도 소개했다.
문형식 대표의 폐목재 조형물과 나영균 대표의 환경사진이 결합한다면 탄소중립과 자원순환의 의미를 시민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전달할 수 있다. 버려진 나무가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과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이를 전시와 교육, 체험 프로그램으로 연결하는 협업 가능성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사라져가는 기술과 후진 양성의 과제
오랜 세월 축적된 문형식 대표의 목공기술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문제도 중요한 이야기로 다뤄졌다. 나영균 대표는 문 대표가 수제자를 양성해 기술과 경험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목공작업에서 발생하는 먼지와 소음, 강도 높은 육체노동 때문에 자녀를 비롯한 젊은 세대가 기술을 배우려 하지 않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좋은 기술이 있더라도 배우려는 사람이 없다면 계승하기 어렵다. 단순한 기술 전수만이 아니라 목공의 가치와 가능성을 젊은 세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과 체험, 대학 및 지역기관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꾸미지 않은 작업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하다
한국사진뉴스는 문형식 대표와 동료 작가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기 위해 조명 장비를 갖추고 문일공방을 다시 방문하기로 했다.
문 대표와 동료들은 매주 월요일 오전 9시부터 공방에 모여 회의와 작품 제작을 진행하고, 작업을 마친 뒤에는 장기와 당구 등을 함께하며 친목을 다지고 있다.
지정열 작가가 사진 촬영을 다소 부담스러워한다는 문 대표의 설명에 따라, 억지로 포즈를 취하게 하거나 설정된 장면을 연출하지 않기로 했다. 작가들이 평소처럼 나무를 자르고 다듬으며 단청과 채색 작업에 몰두하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차분하게 기록할 계획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나무의 결처럼 천천히 이어갈 예술의 인연
문형식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며 가장 깊이 느낀 것은, 그가 뛰어난 기술만을 지닌 목공예가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버려진 나무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오랜 세월 쌓아온 기술과 작업공간을 동료와 지역사회에 기꺼이 나누려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다.
자신의 성과를 앞세우기보다 물질적인 욕심을 내려놓고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는 목공을 대하는 진지한 정신과 삶의 깊이가 느껴졌다. 예술이 개인의 성취에 머무르지 않고 이웃과 지역사회에 작은 도움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서도 서로의 공익적인 방향과 사회환원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만남에서는 목공과 사진, 수제 액자를 결합한 작품뿐 아니라 버려진 나무의 재활용, 환경보호, 지역의 문화예술 기록과 후진 양성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하나의 사업을 서둘러 추진하기보다 서로의 생각과 작품세계를 충분히 이해하면서 천천히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가자는 마음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반가웠던 것은 예술에 관한 대화가 일의 관계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무와 사진이라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출발했지만, 작품을 통해 사람과 자연을 바라보는 마음에는 닮은 부분이 많았다. 서로의 경험을 존중하며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니 앞으로 함께 나눌 수많은 예술적 대화와 즐거운 만남이 자연스럽게 기대됐다.
좋은 작품을 함께 만드는 협력자를 넘어, 꾸밈없이 예술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작업에 힘이 되어주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이해관계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계산보다 진심을 앞세우며, 각자가 간직해 온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오래 나눌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이번 만남은 충분히 뜻깊다.
한 장의 사진과 한 점의 수제 액자가 단순히 결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진가와 목공예가가 살아온 시간과 철학을 함께 담아내는 작품으로 완성되기를 기대한다. 버려진 나무가 문형식 대표의 손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듯, 이번 만남 또한 목공과 사진, 환경과 지역사회,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새로운 인연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이어질 만남 속에서 어떤 작품과 이야기가 탄생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설레고 기대된다. 나무의 결을 따라 천천히 작품을 완성하듯, 서로의 순수한 열정과 예술적 공감대를 소중히 이어가며 오래도록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좋은 예술 친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한국사진뉴스 대표·사진작가 나영균